5화. 채권 — 돈을 빌려주고 약속을 받다

부제: 은행과 자산 운용사에서 배우는 나만의 작은 자산 운용사 만들기

① 채권이란 무엇인가

채권은 국가나 기업, 지방 자치 단체 같은 발행 주체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무 증서다. 쉽게 말하면 “얼마를 빌리고, 언제까지, 얼마의 이자를 주면서 갚겠다”는 약속을 종이(또는 전자 기록)에 적어 놓은 것이다. 주식이 회사의 일부를 소유하는 증서라면, 채권은 회사나 국가에 돈을 빌려 주고 그 대가를 받기로 한 증서다. 이 둘의 차이는 이후 8화 이후 주식 이야기에서 다시 다루게 될 테니, 지금은 “채권 = 빌려 준 돈에 대한 약속”이라는 것만 기억해 두면 된다.

② 채권은 왜 생겼을까

채권이 대규모로 발행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국가의 자금 조달 문제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전쟁을 치르거나 대규모 재정 지출이 필요할 때, 국가는 세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자금을 미리 끌어다 써야했다. 이때 국민이나 상인들에게 “지금 돈을 빌려 주면 나중에 이자를 붙여 갚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이 발달했고, 이것이 오늘날 국채의 원형에 가깝다고 이야기된다.

이후 신용 거래가 점차 정교해지면서, 국가뿐 아니라 기업도 은행 대출 외에 채권 발행이라는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공장을 짓거나 철도를 놓는 것처럼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사업일수록, 한 명의 은행이 아니라 여러 투자자에게 나누어 돈을 빌리는 채권 발행이 유리했다. 이렇게 채권은 “국가의 전쟁·재정 자금 조달”에서 출발해 “기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확장되어 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③ 채권을 이루는 네 가지 약속

채권이라는 계약을 뜯어보면 결국 네 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원금: 처음에 빌려준 돈, 만기에 돌려받기로 한 금액.

이자: 돈을 빌려준 대가로 정기적으로 받는 금액. 채권에서는 흔히 표면금리(쿠폰)라고 부른다.

만기: 원금을 돌려받기로 약속한 시점. 짧게는 1년 이내, 길게는 수십 년짜리 채권도 있다.

신용: 발행한 주체가 약속대로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 이를 등급으로 매긴 것이 신용등급이다.

발행 주체를 기준으로 나누면 크게 국채(국가가 발행)와 회사채(기업이 발행)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세금을 걷을 권한이 있고 자국 통화를 발행할 수 있어 회사보다 부도 위험이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국채는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를,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경향일 뿐, 국가에 따라, 기업에 따라 신용 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④ 핵심 질문: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왜 이자를 받아야 할까

이 화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왜 이자를 받아야 할까?

답은 세 가지 대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시간이다. 지금 100 만 원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1년 뒤에 100 만 원을 받는 것은 같은 가치가 아니다. 지금 가진 돈은 당장 쓰거나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지만, 빌려 준 돈은 그 기간만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기다림의 대가”가 이 자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둘째는 신용이다. 빌려 준 돈을 약속대로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 위험이 클수록, 즉 상대방이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된다. 국채보다 회사채 금리가 대체로 높은 이유, 같은 회사채라도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의 금리가 더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는 유동성이다. 채권을 사면 그 돈은 만기까지, 혹은 다른 사람에게 팔기 전까지는 당장 현금으로 쓸 수 없다. 이렇게 “당장 못 쓰는” 상태에 대한 대가도 이자에 포함된다. 거래가 활발해 언제든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채권은 이 유동성 대가가 낮고, 거래가 뜸한 채권은 그만큼 더 높은 이자를 요구 받는 경향이 있다.

정리하면, 채권의 이자율은 시간, 신용, 유동성이라는 세 가지 대가가 합쳐진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축은 다음 화에서 다룰 “채권 가격은 왜 움직이는가”를 이해하는 데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 글은 積成이 금융을 공부하며 기록하는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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